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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은 기억들이 인터넷을 통해 검색이 된다면?
이색적인 내용과 반전으로 인해 유명한 ‘메멘토’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가장 이색적인 장면 중 하나는 단기기억환자인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사건의 실마리를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본인의 몸에 문신을 통해 자료를 남기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마이라이프비츠(MyLifeBits)’라는 시스템을 비밀리에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몸에 부착할 수 있는 광각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해 개인 일상 정보를 디지털화된 영상, 음성 자료로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언젠가 이 시스템이 상용화되는 날이 오면 인간의 기억력에 대한 한계를 뛰어넘는 세상이 도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데이터 관리 부실로 인한 개인 사생활 침해 등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문제점뿐만 아니라, 과연 사람들이 지나간 모든 과거들을 기억하고 싶을지 의문스럽다. 이 시스템이 일상화되면, 우리는 좋았던 기억뿐만 아니라, 잊고 싶은 기억들 역시 함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예전 친구에게 섭섭했던 기억들이 검색을 통해 다시 되살아나서, 이제는 좋은 관계로 잘 지내고 있는 그 친구와 다시 불편한 관계로 돌아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을지 모르니깐 말이다.
개인도 이러한데 기업 입장에선 더욱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사실 지금도 충분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당 기업의 과거에 잘못했던 부분들을 언제든지 들춰내 이슈화시킬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최근에 몇몇 기업이 현재의 부정적 이슈가 과거사례와 함께 묶여 더욱 눈덩이처럼 크게 불어나는 경우를 보여준 것처럼, 기업의 부정적 기억들은 온라인에 축적되어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부정적인 이슈와 함께 다시 살아난다. 크리스 앤더슨이 말한 ‘롱테일(Long tail)’의 개념은 긍정적인 기억보다 부정적인 기억에 좀 더 걸맞는 것 같다. 마치 나쁜 뉴스가 더 오래 기억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처럼…
그렇다면 기업은 이러한 온라인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대응 방법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의외로 간단하다. 과거에 안 좋았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피하려 하는 친구에게 직접 찾아가 지금 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때 그 잘못들을 항상 미안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수시로 친구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기업 역시 과거의 실수를 인정하고, 더 좋은 기억들로 과거를 덮어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기업이 먼저 소비자가 대화하고 있는 곳으로 찾아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더랩에이치(www.thelabh.com)의 김호 코치님이 ‘Cool Crisis Communication (http://hohkim.com/tt/567)’이란 포스팅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 기업들은 흙이 묻었다면, 묻었다고 솔직하게 밝히고 이것을 어떻게 털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숨길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숨기는 것이 최적의 커뮤니케이션이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통제가 불가능한 시대가 와버렸다. 아직도 숨기는 것이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 생각하는 기업들을 보면서 소비자들은 궁지에 몰리면 머리를 모래 속에 처박고 숨는다는 타조를 떠올릴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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