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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Think'/Coaching ON-AIR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예전...기억도 희미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시절, 당시 제작팀 회의만 시작하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아카이브(Archive)'라는 광고디자인 매거진을 쌓아놓고 필요한 페이지에 열심히 포스트잇을 붙이던 것이 생각납니다.그것 때문에 책모서리가 온통 울긋불긋했었죠. CD는 '아카이브'를 참고해서 디자인 시안을 결정하고, 그 위에 저는 이런저런 카피를 얹히기 위해 고민을 했었죠. 전 그런 작업방식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외국에 좋은 디자인을 그대로 배껴서 카피만 올리면 누군들 인쇄광고 디자인을 못만들까나? 혼자 속으로 궁시렁궁시렁 했었죠. 제가 그려왔던 빛나는, '엣지있는' 광고인의 크리에이티브 세계가 아님을 알고 적잖이 실망을 했었습니다. 광고를 접은 것도 일부분은 이와 같은 이유도 있었습니다. ㅠㅜ (비겁한 변명인가요? ㅋㅋ)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사회연차가 생기고나니 그러한 제작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표절'은 있을수 없는 일이지만, '벤치마킹', '모티브'는 가져올 수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거죠. '표절' VS '벤치마킹' ... 어찌보면 이는 말장난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비록 이전 결과물을 활용했어도, 창작자가 어떠한 결과물을 본인의 스타일로 100% 소화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면 이는 엄연한 창조적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에 대해선 더욱 민감하게 검토해야겠죠)

최근에 회사를 차리신 업계 선배님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요.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웹디자이너를 만나 디자인 시안을 몇 개 봤다고 합니다. 확실히 쿨한 디자인은 똑같은 직선 하나, 레이아웃이라도 모가 다르긴 다르더라...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전 디자인을 잘 모르지만 이런 쿨하다 평가받는 디자이너들은 분명 국내외 디자인이 잘된 웹사이트를 열심히 보면서, 폰트, 레이아웃, 색조합과 하다못해 선굵기까지 디테일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벤치마킹하면서, 어떻게 본인의 스타일로 소화할지 열심으로 고민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생각해보면, 역설적이지만 진정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결과물'을 만들어내려면, 한번이라도 존재했었던 '결과물들'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한번도 존재하지 않은 무언가를 만들수 있을테니까요.^^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생각에서 출발해 지금은 '나만의 무기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이 문득 '나만의 무기는 무엇이 아닐까?'를 먼저 고민해봐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에 빠지게 된 이른 오전이었습니다.

정말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