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그리고 끈기의 힘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어느 봄날, 울창한 숲속의 작은 오솔길에서 한 달팽이가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이 달팽이 이름은 '느림보'였습니다. 느림보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자신의 느린 걸음걸이에 한숨을 쉬곤 했습니다.
"아!!! 오늘도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이 나뭇잎 끝에도 못 갈 거야..." 느림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느림보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숲이 시끌벅적해지더니, 온갖 동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지?" 느림보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바로 그때, 날쌘 다람쥐 한 마리가 느림보 옆을 지나치며 소리쳤습니다. "야호! 드디어 우리 숲에서 대규모 달리기 대회가 열린대! 모든 동물들이 참가할 수 있대!"
느림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습니다. "달리기 대회라고? 모든 동물이 참가할 수 있다고?"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에이, 그래봤자 꼴찌겠지... 나같은 달팽이가 무슨 달리기야." 느림보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왜 그렇게 한숨을 쉬나요, 느림보 씨?"
고개를 돌려보니 엘이었습니다. 엘은 16화에서 '데스포테스의 개'로 불리던 그 개였습니다. 엘은 여전히 자유를 찾아 여행 중이었고, 우연히 이 숲을 지나가다 느림보를 만난 것이었습니다.
느림보는 엘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너무 느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달리기 대회에 나가고 싶지만, 꼴찌는 싫어요. 다들 저를 비웃을 거예요."
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습니다. "느림보 씨, 속도가 전부는 아니에요. 당신만의 특별한 장점이 있을 거예요. 그걸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저도 한때는 제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지 못했었죠. 하지만 이제는 알아요.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대로 빛날 수 있다는 걸요."
느림보는 엘의 말을 곱씹어보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자신의 등껍질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요! 내 등껍질! 이걸 이용해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엘은 미소를 지으며 격려했습니다. "그래요, 그 생각 정말 좋아요! 어떤 아이디어인지 말씀해 주세요."
느림보는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제 등껍질에 작은 깃발을 달면 어떨까요? 저는 결승선이 되는 거예요! 제가 도착하는 곳이 바로 결승점이 되는 거죠!"
엘은 박수를 치며 말했습니다. "와, 정말 멋진 아이디어예요! 느림보 씨, 당신은 정말 창의적이에요. 이렇게 자신의 특성을 장점으로 바꾸는 능력, 정말 대단해요."
느림보는 엘의 칭찬에 쑥스러워하면서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제 아이디어가 통할까요?"
엘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죠! 한번 시도해 보세요.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
대회 당일, 느림보는 자신의 등껍질에 작고 알록달록한 깃발을 달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느림보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자 모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토끼가 말했습니다. "와, 이렇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처음 들어봐요! 이제 우리는 느림보를 따라가면서 달리기를 하는 거군요?"
다람쥐도 거들었습니다. "그래요, 이렇게 하면 우리 모두가 함께 결승선에 도착하는 거네요. 정말 멋져요!"
대회가 시작되었고, 느림보는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느림보 주변을 뛰어다니며 응원을 보냈습니다. 때로는 느림보의 등껍질 위에 앉아 쉬어가기도 했습니다.
해가 질 무렵, 느림보는 마침내 숲 끝에 도착했습니다. 모든 동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느림보를 축하해주었습니다.
늙은 부엉이가 말했습니다. "느림보 덕분에 우리 모두가 함께 목표를 향해 달릴 수 있었어요. 이렇게 즐거운 대회는 처음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느림보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느꼈습니다. "나의 느림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구나... 나만의 특별한 재능을 찾아낸 거야!"
엘은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렸습니다. "느림보, 당신은 정말 대단해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이제 저도 다음 목적지로 떠나야겠어요.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네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인사이트를 줍니다:
1.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을 장점으로 활용하라: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의 "강점 기반 접근법"에 따르면, 개인의 강점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이 성공과 행복의 핵심입니다. 느림보가 자신의 '느림'과 '등껍질'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것처럼, 우리도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강점으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2.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창의적으로 생각하라:
기존의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느림보의 접근법은 이러한 수평적 사고의 좋은 예시입니다.
3. 끈기의 중요성:
장기적 목표에 대한 열정과 끈기가 성공의 주요 예측 요인입니다. 느림보의 꾸준한 전진은 이 그릿의 실천을 보여줍니다.
4. 협력의 가치:
다른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발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느림보와 다른 동물들의 협력은 이 이론을 실제로 구현한 사례입니다.
5. 자기 한계의 극복: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느림보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이 성장 마인드셋의 실천입니다.
6. 자기 효능감의 향상: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실제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느림보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성공을 경험함으로써 자기 효능감이 높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7. 긍정심리학의 적용: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심리학에서 보면, 개인의 강점과 긍정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합니다. 느림보의 이야기는 자신의 특성을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고 활용하는 긍정심리학의 원리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는 느림보의 이야기에서 단순히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위안을 넘어, 자신의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며, 끊임없이 학습하고 적응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조직과 사회의 발전에도 적용될 수 있는 가치 있는 교훈입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멈추지 않으면 도착할 수 있다."
- 공자 -
단순히 느린 속도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심리학자 K. 안더스 에릭슨의 "의도적 연습" 이론과도 연결되는 이 개념은, 꾸준한 노력과 피드백을 통한 개선이 전문성 개발의 핵심임을 상기시킵니다. 느림보처럼, 우리 모두 각자의 페이스로, 그러나 끊임없이 전진하며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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