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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예전엔 없었던 책접기 버릇(?)으로 인해 최근에 산 책들은 온통 이리저리 접히고,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아마도 학교도서관 선생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으로써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항심도 있는 듯 싶습니다. 왜 그리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깨끗하게 읽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는지...
여튼 그래서 요즈음 최대한 지저분하게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2007년 6월에 나왔던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쓴 '프레임'을 최근에야 읽었습니다. 이 책은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인사이트를 주었던 책 중 하나라서 꼭 포스팅하고 싶었습니다.
책 제목인 '프레임'은 사전적 의미는 다들 아시다시피 창문이나 액자의 틀, 또는 안경테 모 이런겁니다. 하지만, 심리학에서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하며,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사람들에 대한 고정관념, 세상을 관조하는 사고방식 등을 말한다고 하네요.
책 내용 중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화씨 50도는 섭씨로 몇 도인가?"라는 문제를 신속하게 풀었을 때, 우리는 그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부를지언정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의 답은 정해진 '정답'이 있고, 공식에 맞춰 도출할 수 있는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지혜를 필요로 하는 문제는 '잘 구조화되지 않은 문제' 혹은 '잘 정의되지 않은 문제'들입니다. 예를 들면, 최근 주요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는 신문 방송법, MBC노조파업, 여당VS야당 힘겨루기 등을 보고 있으면 더더욱 어떠한 프레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각각의 위치에 놓인 사람들은 본인들에게 유리하도록 구호와 어젠다를 선점해 프레임하려 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국민과 함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지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민주 대 반민주'로 프레임을 하고 있는 반면, 다른 시각에선 MBC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자사 이익 대 국민의 공익'으로 프레임하고 메시지를 접근하는 등 '프레임 전쟁'을 한바탕 벌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해외사례로 언급한 부분을 보면, 버클리 대학교의 조지 라코프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 진영은 이라크 침공을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명명하고, 진보 진영은 '점령'이라고 해석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프레임하는 이유는 이라크 사태가 '전쟁'으로 명명하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프레임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이 프레임으로 보게 되면 '철수'는 곧 패배를 의미하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 '점령'으로 프레임하면 이라크 철수는 당연한 것이 되고, 언제 철수할 것인지 그 시기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일상에선 끊임없는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내용이 많아 더욱 많은 사례를 소개해드리고 싶지만, 몇 가지만 인상적인 부분을 추려서 말씀드리고 정리하겠습니다...^^
'후견지명 효과'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주위 잘 사귀던 커플이 깨지고 나면 '나 걔네들 깨질줄 알았어~" 라며 자신의 감에 대해 의기양양해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슨 사고만 나면 신문에는 왜 이리 '예고된 인재'라는 기사가 많은지 우리는 결과론적인 지식으로 "내 그럴 줄 알았지", "난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어!"라고 말합니다. 이런 현상을 저자는 '후견지명(hindsight) 효과'라 부릅니다. 영어의 'behind'와 'sight'를 결합한 말로, 결과를 알고 난 후에 '뒤에서 보면' 모든 것이 분명하게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소개하자면, '손실 프레임과 이득 프레임'입니다.
어떤 가게에서 현금으로 물건을 살 경우에 1만원을 받고, 신용카드로 살 경우엔 1만 1000원을 받는다고 합시다. 당신이 이 가게 주인이라면 손님들에게 1000원의 차이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 다음 두가지 메시지 중 하나를 선택해 보시길 바랍니다.
1) 현금으로 구입하시면 1,000원 할인 혜택을 드립니다.
2) 신용카드로 구입하시면 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가됩니다.
사실 1번과 2번은 동일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1번의 메시지보다 2번의 메시지에 현금 구입을 더 많이 선택합니다.
그 이유는 동일한 양의 이득으로 오는 만족보다 동일한 양의 손실이 주는 심리적 충격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카네만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손실은 이득보다 2,5배 정도 더 영향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이를 심리학에선 '손실 혐오(loss aversion)'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선 김 호 대표님이 쓰신 '최진실을 생각하며 : 칭찬, 그리고 손실 프레임'을 읽어보면 좀 더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
포스팅이 길어져 급 정리하자면, 저자인 최인철 교수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본인의 심리학자로써 심리학 관련해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 '18번'을 꼽으라면 망설임없이 '프레임'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최교수는 " '프레임'이야말로 우리 마음에 깔린 기본 원리이면서 동시에 행복과 불행, 합리와 비합리,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상생과 갈등을 결정하는 가정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로또, 주식 대박, 부동산 투자 등 '머니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지금 이 때, 꿈과 자아 실현등으로 세상을 '비전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리프레임'하는 2009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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