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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Think'/Coaching ON-AIR

독을 품은 질문, 미래를 품은 질문


flickr @Bilal Kamoon


지난 9월 중순부터 한달에 3회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코칭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해당 교육은 내년 1월까지 계속됩니다. 거의 5개월 가량을 코칭 교육을 위해 토요일을 헌납하고 있는데, 하루종일 10시간 동안 앉아있는 것도 힘들지만 주말에 가족들을 뒤로 하고 아침 일찍 나오는게 가장 마음이 불편합니다.(다시 한번 집친구님께 감사와 사과를 ㅠㅜ)



[집친구에 코칭 백이도 사줘야 하나 고민 중 ㅎㅎ]



2009년 '코칭'을 처음 접하고 한국코치협회 인증시험을 준비하면서 무슨 깡(?)인지 코칭실습 50시간의 절반을 지인 소개나 이 블로그 방명록을 통해 접수받아, 전혀 안면이 없는 분들과 진행한 바 있습니다. 결과적으론 '관계형성(rapport)'에 필요한 노하우나 코칭 상황에 현장감을 익힐 수 있는 유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각설하고 최근 다시 정식으로 코칭 공부와 함께 실제로 '코칭'을 진행하면서 '질문'의 힘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일상생활에서, 비즈니스 현장에서 계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묻고 답하는' 행위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떤 파급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내가 '묻거나 또는 대답'한게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4살된 딸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꿈 꿨어?" "매운 꿈." 도대체 매운 꿈이 무슨 꿈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꿈을 꿨다고 합니다. 또, "어제 어린이집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 "어...모르겠어" 이제 4살이라고 좀 시니컬해졌습니다. 답변하기 귀찮으면 아주 그냥 일단 모르겠다고 합니다. ㅜㅠ


하물며 업무에서도 똑똑한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소한 예를 들어보면 상사가 호텔에서 간담회를 진행하기 룸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했습니다. 호텔 지배인에게 전화해서 무엇을 물어봐야할까요? 두 개의 질문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질문 A : "다음주 목요일에 15명 들어갈 수 있는 룸이 있나요? 있다고요. 넵 알겠습니다." 

질문 B : "다음주 목요일에 15명 들어갈 수 있는 룸이 있나요? 있다고요. 그럼 언제까지 저희가 확정해드리면 될까요? 다음주 목요일 외에 가능한 시간은 또 언제인가요? 15명이 앉으면 꽉 차는 자리인가요? 조금 여유롭게 앉으려면 어떤 룸이 좋을까요? 가격차이는 어떻게 되나요? 비용은 식사를 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룸 도면이나 식사메뉴를 미리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을까요? ... 등 등"


두번 세번 전화하지 않고 한번에 궁금한 사항을 체크하기 위해선 이런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룸이 있는지 없는지, 예스/노가 기본적으로 궁금한 사항이었지만 실제 진행 시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한번에 파악해서 물어보면 추가로 물어볼 일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시간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별 것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질문A만 확인하고 끊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ㅠㅜ)


최근 '질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동안 진행해온 위기관리를 목적으로 한 '미디어 트레이닝'과 현재 집중해 공부하고 있는 '코칭' 질문 사이에 차이를 체감하는 중입니다. 


'미디어 트레이닝'을 진행하면서 기업CEO 및 임원들이 대답하기 힘든 'killer question', 즉 '독을 품은 질문들'을 만들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메시지를 개발하도록 훈련시켰습니다. 


실례로 "상반기 실적 부진의 이유 3가지만 말씀해주세요?", "글로벌 진출 후 아직까지 성과가 없습니다. 결국 실패한 거 아닌가요?", "만약 하반기까지 해당 제품 개발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전체 생산 로드맵에 차질이 생기겠죠?" 이렇게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실패를 단정하고, 가정(If~then)을 통해 위기를 예측하게 만듭니다. '다음카카오' 이슈에서도 보듯 위기 대응 시 질문을 예측하고, 반응을 파악하려면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생각, '독을 품은 질문들'을 해야 대응 메시지를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여기서 말하는 '대응 메시지'란 교묘한 말장난이나 대화 스킬을 의미하지는 않음)  


이런 메시지 개발에 익숙하던 나이기에 지금 배우고 진행하는 '코칭'은 마치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다가 왼손을 쓰는 것과 같이 어색했습니다.


코칭에서 질문은 고객의 열정과 동기를 끌어내고 목표를 이뤄낼 수 있도록 촉구하는 방법으로, 대체로 긍정적인 질문으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면, "하반기 실적 부진을 타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할 건 무엇일까요?,  "이전 CEO와 구별되는 대표님이 가진 강점 3가지만 말씀해주세요." , "글로벌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만약 하반기에 제품 개발이 완성된다면, 회사 내부와 업계에선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등 미래를 품으며, 보다 비전제시형 질문과 이를 실제로 이루기 위한 실행계획에 초점을 맞춰 질문하게 됩니다.     


지금도 조금 혼란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론 순수하게 '코칭'만 진행했던 프로코치들에 비해선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경험들은 큰 무기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 위기관리 컨설팅 경험들은 '코칭'과의 균형감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에 읽은 '긍정의 배신'이란 책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습니다. 


저자인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자기계발서 저자, 동기유발 강사, 코치 등 긍정심리학이란 이름으로 하나의 산업이 된 세상을 비판합니다. 특히 자신의 만난 사람 중 긍정심리학의 대가 '마틴 셀리그먼' 보다 비판적인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위기관리 전문가가 더 신뢰가 가더라는 내용에서 더욱 균형감각의 필요성을 생각해 봅니다.


파워풀한 질문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는 접근은 실로 위험한 생각이며, 코칭만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현재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이상적인 접근 방식이 아닐까 고민해보며. 앞으로 더욱 본질적이고 의미있는 질문에 대해 고민해봐야겠습니다.